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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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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순례는 만행
108산사 조회수:909
2013-11-14 11:48:46
지난 10월 중순, 제85차 고성 금강산 건봉사를 순례한 뒤 한계령과 진부령을 넘어오면서 차창 밖을 보았다.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는 아름다운 가을 산을 바라보면서 잠시 회억(回憶)에 잠겼다.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고 난 뒤 은사인 청담 큰스님과 불보살님의 가피로 시작한 108산사순례도 어언 7년, 남은 2년간의 순례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무사히 회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했다.

불교인들과 학자들이 108산사순례기도회를 두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포교의 장을 열었다는 과찬의 말씀을 나는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고되고 힘들었던 세월이다. 6000여 명의 불자들을 이끌고 이 금수강산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들을 순례하면서 그동안 선행과 보시를 실천하고 일심으로 기도를 했던 과정들을 생각하면 즐거운 여정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청담 큰스님께서는 평소 ‘모든 것을 하였지만 하지 않은 것처럼 초월해야하고 또 다른 큰일에 더욱 진력하기 위해서는 오직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평생을 불교정화운동에 진력했고 또한 삼각산 도선사를 오늘날의 대찰로 조성하셨던 그 원력의 진면목에는 큰스님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리라. 나 역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108산사순례의 회향을 위해 앞으로도 다름없이 다시 바랑을 메고 떠날 것이다. 어차피 생은 가고오고 오고가는 것이므로 이 또한 인연법일터.

나에게 있어 7년간의 순례는 하나의 만행(萬行)이었다. 옛 선사들이나 수행자들이 견처(見處)를 구하기 위해 선지식을 찾아 여러 지방으로 떠났던 행각들이 하나의 수행이듯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부처님이 계신 산사를 찾아 수많은 불자들을 불심(佛心)으로 이끈 것 또한 수행이 아니겠는가. 그 사이 나는 순례라는 운수행각을 통해 뜬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쉼 없이 순례 불자들을 이끌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 때임을 느낀다. 그래서 옛 선지식들은 ‘방하착’을 강설하셨던 게 아닐까? 송구스럽게도 지난 12년 동안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아 호국불교를 상징하는 대찰로 견인하기 위해 부처님 법에 따라 ‘애’를 썼다. 하지만 이젠 그 공과를 조용히 조카상좌인 도서 스님에게 이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스님 또한 한국불교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면목을 가진 수행자이다. 아마 도선사가 더욱 발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물론 도선사의 불자들이나 순례 회원들도 도서 스님을 일심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이젠 홀가분하게 뒤로 물러나 108산사순례의 회향과 한국불교의 포교문화 발전을 위해 차분하게 힘쓸 생각이다. 이것은 비단 나의 일이 아니라 은사 청담 큰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

산사순례회원들 또한 남은 순례 여정을 위해 쉼 없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순례행자들의 본분사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은 오직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도를 할 때도 부처님을 생각하고 오고갈 때도 부처님의 눈으로 바라볼 때 자신의 눈도 아름답고 세상도 정이 가득하게 된다. 그것이 불법(佛法)이다. 부처님의 눈으로 보아야 부처님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순례 회원들도 부처님의 눈과 마음으로 순례를 이어가야 한다.

세상에 헛된 것은 하나도 없다. 열심히 하면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불교의 수행법이다. 순례를 가서 깨끗이 마음을 청소하면 어느 날 자신이 부처가 된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자신의 할 일을 자꾸 미룬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남이 깨달음을 위해 열심히 기도할 때 “나중에 하지”고 미루는 사람이다. 기도와 선행에는 ‘나중’이란 말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는 되는 일이 없다. 불교는 지금 이 순간 깨달아야 하는 실천의 종교이다. 산사순례에 와서 열심히 기도와 선행을 하다보면 어느 날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부처님의 가피도 입게 된다.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