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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회향에 가장 큰 장애는 마음의 해이
108산사 조회수:790
2013-02-04 11:47:57
부처님은 왕자시절 사문유관을 통해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보고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어 위대한 성인(聖人)이 되셨다. 이와 같이 사람은 주위환경으로부터 충격을 받거나 혹은 큰 병(病)을 앓고 나면 심적(心的)변화를 크게 일으키게 된다. 이때 이를 잘 극복하고 헤쳐 나가는 사람은 더욱 성장하게 되지만 딴마음을 먹게 되면 오히려 잘못된 길로 들어 갈 수가 있다. 누구나 사람에게는 어떤 계기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작년 여름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부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 땅의 선지식들이 큰 장애 속에서도 정진하여 도(道)를 이루신 것처럼, 나는 이병이 부처님께서 주신 하나의 고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꺼이 받아드리고 능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부처님에게 향하는 강한 불심(佛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108산사순례’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바로 이러한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이다. 순례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시련이 한 번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시련은 마음의 해이이다. ‘내가 과연 9년간의 긴 장정을 무사히 회향할 수 있을까. 108염주를 다 꿰어서 무엇 하나. 바쁜 일이 있는데 한 번 빠질까. 에이 못가도 염주는 도반에게 받아야지’ 하는 등등이다.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게 되면 점점 커져서 결국에는 댐이 터지듯 붕괴되고 만다. 이와 같이 우리회원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련은 마음의 해이임이 틀림없다.

사람은 누구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이 있다. 문제는 마음을 잘 다스려 이를 행동으로 이끌어 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만 있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순례도 마찬가지이다. 비가 오고 눈이 온다고, 덥고 춥다고 한번 빠지게 되면 결국 이것이 습관이 되어 자꾸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시련이란 다름 아닌 이러한 잘못된 습관이다. 병도 장애도 이 세상은 홀로 견뎌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듯이 습관도 홀로 고치기가 어렵다. 그럼으로 회원들이 서로 서로 격려하고 항상 도와주어야 한다.

지난 9일 공옥진 선생님이 여든 한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떴다. 공옥진 선생님은 우리 ‘산사순례회원’들과도 적지 않은 인연이 있다. 선생님이 아픈 몸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도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대상포진이 앓고 난 후 우리 이웃에 공옥진 선생님과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계기로 108산사순례 약사여래보시금을 신설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인연이다.

이제 공옥진 선생님은 떠났다. 인생이 하나의 무대라면, 이제 그 무대를 저승으로 옮겨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그가 펼치는 몸짓이 내 눈가에 선하다. 한 땐, 세속의 인연을 끊기 위해 구례천은사에서 출가하여 비구니로 2년 3개월 동안 수행생활을 했던 선생님은 몸속에 담긴 그 끼를 감추지 못하고 환속하여 탁월한 춤꾼으로 활동했다. 전통무용에 해학적 동물 춤을 접목하여 ‘1인 창무극’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곱사춤’과 원숭이 등을 모방한 춤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노래와 춤, 연기를 곁들여 펼쳐진 그의 창무극은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가 자신을 내 던져 미친 듯이 추는 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인간이 가진 슬픔과 익살의 극대화된 표현이며 우리 전통 예능의 짜임새인 소리· 춤·극이 하나로 엮어진다고 평한 바 있다. 특히 ‘심청전, 흥보전, 장화홍련전’ 등은 그의 몸짓을 그치면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맥이 끊긴 것을 염려한 나머지 무형문화재에 지정을 하려고 했지만 전통을 계승한 것이 아닌 창작극이라는 이유로 거부되다가 결국 2010년 11월에 전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이제 선생님을 만날 수 없지만, 그가 이승의 무대애서 펼친 춤은 영원할 것이다. 한 때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출가의 길을 걸었던 그 인연을 생각하며 멀지만 갈수 없어 도선사 명부전에 들려 선생님의 극락왕생을 빈다.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