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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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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순간엔 누구나 지혜를 얻는다
108산사 조회수:755
2013-02-04 11:47:52
지난 6월7~9일, 제69차 ‘108산사순례’ 법회를 위해 이른 새벽. 전국의 각 법등에서 출발한 순례버스가 설악산 신흥사 입구에 가 닿자 동해에서 불어오는 초여름의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가사자락을 휘어 감고, 푸른 나무에서 빚어내는 싱그러운 녹음(綠陰)이 마음을 적셨다.

거대한 청동통일대불을 지나 설악(雪嶽)의 길목에 들어서자 다람쥐 한 마리가 고목나무 구멍에서 반갑다는 듯 먼저 고개를 쑥 내밀고 인사를 한다. 고개를 돌리자, 한국의 산경(山景) 중에서도 으뜸인 설악이 눈앞에 우뚝 다가서있는 듯 했다. 회원들은 초여름의 산사순례가 그저 즐거운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산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일주문 앞에서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과 대중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오방번을 좌우로 하고 주지스님과 나는 진신사리를 들고 경건한 마음으로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설악을 머리에 인 고풍스러운 극락보전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신흥사 경내 어디에 서 있든지 간에 절묘한 풍광(風光)을 만들어 내는 설악에 회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했다. 그래도 기도는 해야 할 터, 회원들은 각자 자리를 잡은 후 법회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천수경독경과 나를 찾는 고요한 시간인 입정을 거쳐 광명진언 사경을 하고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제가 불법을 공부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중생을 다 제도하겠나이다. 중생을 다 제도 한 뒤에도 중생이라든지 제도했다는 생각을 버리겠나이다. 일체법에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법상이 없음을 알겠나이다. 마음은 지나간 마음, 현재의 마음, 미래의 마음이 없고 오직 지금 뿐임을 알겠나이다. 여래는 형상이 없으니, 온다거나 간다거나 하는 바가 없음을 알겠나이다. (나를 찾는 백팔기도문 76~80절)

그렇다. ‘108산사순례’를 떠나 기도하는 그 순간만은 누구나 완전한 깨달음의 지혜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그리고 나와 나의 가족, 내 이웃을 제도하는 부처가 되고자 노력한다. 설령, 이웃을 제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을 내는 것은 오히려 중생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중생의 길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나’라는 아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며 진실한 제도는 바로 나라는 아상을 버리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과거, 현재, 미래의 마음보다 오직 지금 나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108산사순례를 떠나는 근본적인 목적도 여기에 있다.

108참회기도가 끝나고 군장병 사랑, 다문화인연 맺기, 효행상, 108선묵장학금, 108약사여래보시금 수여행사를 마치고 곧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경전에 이르기를 ‘보보시도량(步步是道場)’이라고 했습니다. 걸음걸이가 곧 도량이라는 뜻입니다. 5천여 명의 산사순례 보현행원들이 부처님이 계신 사찰을 향해 내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도량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산천을 누비며 기도하는 그 마음과 몸가짐이 바로 수행이며 진리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자비행이 진실로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신흥사 대중들이 가진 서원(誓願)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설악의 기운과 부처님의 가피를 얻어 모든 번뇌를 소멸하고 ‘보보시도량’을 성취하시기를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박수 소리는 이내 내설악을 한 바퀴 돌아 메아리로 울렸다. 여법하게 법회가 끝나고 곧 염주보시가 시작되었다. 회원들은 설악의 풍경에 아직도 넋을 잃은 듯 연신 사진 찍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추억을 남기는 것도 어쩌면 108산사순례의 묘미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모습들을 보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영락없는 소년 소녀들이다.

돌아오는 길, 회원들은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에서 마련한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장터’에 들러 특산물들을 샀다. 마지막 날, 대원스님은 북한동포돕기 공양미 300석 모으기에 40kg, 28가마를 도와주셔서 더욱 고마웠다.

사실 이번 순례에 앞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참으로 많은 걱정을 했다. 산악지대에서의 기후는 시도 때도 없이 급변하기 때문에 많은 염려를 했지만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무사히 산사순례를 회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