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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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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숨겨진 역사 친견하는 감흥의 연속
108산사 조회수:698
2013-02-04 11:47:27
11월의 늦가을 삼일 동안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의 3대 천년고찰로 알려져 있는 천은사에 제 62차 108산사순례를 나섰다. 산을 품고 그림처럼 앉아 있는 천은사 일주문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닿은 것은 원교 이광사가 쓴 ‘지리산 천은사’ 편액이었다.

천은사는 신라 때 창건된 고찰이다. 신라 중기인 흥덕왕 3년(828)에 인도의 덕운(德雲) 스님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명산을 두루 살피던 중 지리산에 들어와 천은사를 창건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중건 당시 지어진 극락보전 상량문에 의하면 ‘당 희종 건부 2년(875년)에 도선국사가 가람을 창건하였고 후에 덕운이 증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천년의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라는 것이다.

천은사하면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당우마다 걸려 있는 명필 편액들이다. 극락보전과 명부전도 원교 이광사의 필이며 보제루와 회승당, 첨성각, 진영당은 창암 이삼만의 글씨로 유명하다. 또한 약사암, 방장선원 편액은 성당 김돈희가 썼으며 ‘일로향실(一爐香室)’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이다. 당대의 명필들은 모두 떠났으나 그 필의 혼이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성지순례를 떠나 단순히 기도와 공양만을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숨겨진 문화재를 직접 감상하는 기회를 던져주기도 한다. 자화자찬만은 결코 아니다. 108산사순례가 없었다면 일상생활에 바쁜 우리가 어떻게 여가시간을 내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겠는가. 유물과 역사는 듣고 읽는 것만으로는 그 가치를 결코 맛 볼 수 없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그 감흥을 얻는 것이 훨씬 더 알차기 때문이다. 108산사순례는 참으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고 하겠다.

순례 이틀간은 참으로 맑은 가을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삼일 째는 간밤부터 새벽까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천은사 대중과 주지 영관스님은 걱정으로 인해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뻔하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많은 인원들이 비를 피해 기도를 할 장소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삼삼오오 순례단이 모여들고 정작 법회가 열릴 시간에는 하늘이 그지없이 맑았다. 비 갠 뒤 지리산 계곡 자락은 물이 콸콸 넘쳐흘렀다. 그 사이 물안개와 산운(山雲)이 가득하고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우두둑 떨어진 단풍잎은 가을 정취를 더욱 깊게 만들며 회원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이 말씀을 전해 듣고 미소를 띄며 “산사순례를 나서는 길에는 항상 부처님의 가피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주지 스님은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화답(和答)했다. 한번 순례날짜가 정해지면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다 보니 변경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먼 길을 갈 수 밖에 없으니 산사순례에 있어 가장 큰 복은 날씨 복인 것이다.

‘산란한 마음을 가라 앉혀 고요히 사색하고 세계의 실상이 무차별이며 공한 것임을 아는 선정 바라밀을 닦겠나이다. 일상에 수없이 많은 사량분별을 버리고 절대적 지혜에 이르는 반야바라밀을 깨닫겠나이다. 만법의 근원이 각자 마음에 있으므로 마음법을 깨달아 일체 만법을 깨닫겠나이다.’ (나를 찾는 108 참회기도문 50-51)
그렇다. 이 지리산에서 가슴으로 울리는 5천여명의 ‘108배 참회문 소리’는 정녕, 득음(得音)이었다. 그렇다. 깨달음의 소리였다.

산사에서 돌아오는 길, 농촌 사랑 직거래 장터가 주차장에서 펼쳐졌다. 대부분이 구례에서 수확한 단감들이었다. 물과 햇살이 좋아 그 맛이 일품이어서 우리 회원들은 저마다 한보따리씩 그 단감들을 샀다. 삼일 동안 많은 단감이 팔려 큰 도움이 되었다. 농민들 얼굴에 미소가 돌아 더없이 흐뭇했다. 이 모든 것이 산사순례를 통해 복을 짓는 것이 아니겠는가. 버스 안 산자락을 돌아보니 어느새 해가 지리산 끝자락을 넘어 가고 있었다.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