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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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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망상 버리는 마음쉼터 찾는 구도행
108산사 조회수:573
2013-02-04 11:46:28
소음과 먼지, 탁한 공기가 흐르는 도심을 떠나 산사로 가는 마음은 언제나 즐겁다. 봄·여름·가을·겨울, 산사의 꽃과 나무들은 순리대로 어김없이 새롭게 잎을 피우고 진다. 그러는 동안 ‘108산사순례’도 절반에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남편과 자식, 자신에 대한 기원(祈願)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젠 이와 함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범국민 나눔 운동’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쉼 없이 쏟아지는 말의 홍수, 날마다 양산되는 뉴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고 산다. 뿐만 아니라 욕망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속에서 날마다 시름하고 있다. 이러한 때, 도심을 떠나 모든 시름과 근심을 던져버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순례를 나서는 일은 탐진치(貪瞋癡) 번뇌 망상을 지우는 여행이며 마음의 쉼터를 찾는 일이다.

이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풀꽃과 나무와 새들을 만나 번뇌를 씻어 내고 소음에 찌든 귀를 맑게 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청정한 공기, 계곡마다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 법당에서 은은하게 울려나오는 스님들의 목탁소리, 바람에 제 몸을 흔드는 풍경(風磬). 시(詩)와 같은 스님들의 법문. 이 모든 것이 산사의 경치이다. 또한 천년보물의 향내를 맡을 수 있다면 금상첨와(錦上添花)아니겠는가? 이렇듯 산사순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업이다.

자연은 자연만의 색깔을 품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도시 속에서 그러한 자연의 색깔마저 잊고 산다. 문명이라는 벌레에게 마음을 갉아 먹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산사순례는 이러한 병든 마음을 치유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데 매우 좋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산사에는 문명의 이기가 없다. 오직 맑은 공기와 고요뿐이다. 이곳에 와서 한 번쯤 방하착(放下着)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싶다.

올 여름의 삼복더위는 매우 지독했다. 불가(佛家)에서는 더위 또한 하나의 도(道)다.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추운 데로 살면 그만이다. 무더운 여름이 있어야 서늘한 가을바람이 있고 매서운 겨울의 추위가 있어야 꽃을 피우는 봄이 있다. 이 또한 명백한 계절의 순환이다.

산사순례를 다니다 보면 가장, 큰 어려움은 대책 없는 날씨이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큰 고통 없이 순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과 불보살님의 가피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설령, 우리에게 큰 고통을 던져 주신다고 해도 이 또한 부처님께서 내려주시는 고난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드릴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다. 어떤 일도 오직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는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그 어떠한 어려움들도 무난히 극복하고 대장정의 길을 걷고 있는 데에 큰 기쁨을 느낀다.

고행 없는 수행은 없다. 지난여름 두 달간 나는 대상포진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불사(佛事)가 많아 열심히 하다 보니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신경과 신경사이는 물론 피부에까지 염증이 생겨 심한 통증이 유발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 와중에도 병원에서 통근을 하며 ‘108산사순례’를 나섰던 것이다. 지독한 삼복더위는 병의 치료를 더디게 했지만 이젠 거의 완치가 된 것 같다. 이 모든 것도 청담스님과 불보살님의 가피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의 관념 속에 사람이 산다면 더 큰 일을 할 수 없다. 바빠 시간이 없다고, 몸이 아프다고,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산사순례 회향은 물론,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또 다시 느꼈다.

불가에서 ‘각자(覺者)’라는 말이 있다. 이는 ‘깨달음에 든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사실은 이러한 각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바로 내안의 부처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108산사순례를 나서는 일도 각자가 되기 위한 끝없는 길이다. 수행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 스스로 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각자가 되는 진정한 길이 아니겠는가!

【108산사순례기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