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언론에 비친 53기도도량

Home > 군종 > 불교수행

<오마이뉴스> 평화의 불이 오던 날, 억수같이 내리던 소나기도 그쳤다
108산사 조회수:815
2013-07-17 11:46:36
3000년간 꺼지지 않은 불, 어떻게 산골마을 화천까지 왔을까

"군수님, 세계평화위령제가 열리는 13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기예보 상에는 비가 온다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날 도선사에서 평화의 불이 오는데요. 평화의 불이 가는 곳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해서…."

지난 7월 10일 화천군수와 나눈 대화내용이다. 수개월 동안 준비해 온 세계평화위령제(이하 위령제). 화천 평화의 댐이 위치한 야외에서 개최될 위령제는 수천여 명이 참여키로 한 큰 행사다. 비가 내린다면 행사진행도 엉망이겠지만 참여객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었다.

스님의 말이 틀린 걸까, 비는 계속 내렸다

"평화의 불이 가는 곳이면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지난 7월 초 장맛비가 내리던 날,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도선사에서 만난 '선묵혜자' 주지스님(이하 스님)의 말이 떠올라 군수에게 비가 오지 않을 거라 말했다. 그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기를 갈망했다.

"비가 그치긴 틀렸구나!"

위령제가 열리는 날, 이른 아침의 행사장은 우산을 쓰고 있다는 게 소용없을 정도로 장대비가 퍼부었다. '그치겠지' 하는 한 가닥의 기대도 무색하게 본행사가 열리기 30분 전까지 폭포처럼 소나기가 내렸다. 잠시 후 오후 3시면 평화의 불이 도착하고 행사가 시작된다. 스님 말씀보다 일기예보가 진리였구나.

오후 3시에 임박해 평화의 불을 안고 도착한 혜자스님. 비가 그렇게 퍼붓는데도 스님은 여유가 넘쳐 보인다. "지난번에 스님께서 말씀하신 게 뻥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갑자기 비가 멈추었다. 사정없이 퍼붓던 장맛비가 멎기 시작 했다기보다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보이며 비가 멈췄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겐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도선사 주지 선묵혜자 스님의 말은 이렇다

평화의 불은 석가모니 탄생지인 네팔의 룸비니(옛날 인도)에 있는 불이다. 3000년간 꺼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불. 1997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평화의 불을 얻기 위해 지난 4월 15일 스님은 네팔로 떠났다. 인연이 없는 나라에 이 불을 나누어 주지 않는 네팔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떠났다는 스님의 배짱이 궁금했다.

네팔은 1996년 중국의 모택동 동조세력에 의한 내전이 심했다. 2007년까지 이어진 불안한 상황. 내전이 길어지자 네팔을 찾는 관광객들은 급감했다.

스님은 자신이 과거 쿠시나가에서 받은 진신사리 9과를 룸비니에 기증하기를 원했다. 쿠시나가는 29세에 출가한 석가가 고향 룸비니로 향하던 중 열반에 들었던 곳이다.

네팔 정부는 스님의 방문을 크게 환영했다. 혜자스님 일행의 방문으로 자국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네팔정부의 안전을 담보로 300여 명의 신도들과 룸비니를 찾아 석가의 진신사리를 모셨다. 이후 네팔을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 일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스님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의 불'을 언급하자 람바단야다브 네팔 대통령은 스님의 방문을 쾌히 승낙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스님이 평화의 불(불화나 불구 등을 다른 장소로 옮길 때 하는 의식인) 이운을 행하자 잔잔하던 불꽃이 갑자기 관음상을 만들더니, (관음상의) 머리에 평화(peace)를 상징하는 P 형상의 불꽃이 만들어지더란다.

스님은 이운한 평화의 불을 가슴에 안고 네팔을 출발해 티벳을 넘어 중국 란저우, 둔황, 시안, 청다오를 거쳐 지난 5월 2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쉽게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부처의 고행을 느끼고 싶었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이상한 경험도 했다. 중국으로 들어올 때 억수같이 비가 내리던 지역도 평화의 불이 도착할 때면 그치더란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임진각으로 내달렸다. '분단을 넘어 평화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대법회가 임진각에서 열렸기 때문이었다.

"스님 임진각에 지금 비가 많이 내립니다. 평화의 불이 행여 잘못될까 걱정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신도들의 걱정에도 스님은 마음이 무척 편하더란다. 아니나 다를까 평화의 불이 임진각에 도착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고.

평화의 불이 화천으로 오게 된 인연

3년 전 정갑철 화천군수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거대한 추모행사를 구상했다. 6·25 당시 화천발전소 탈환을 위해서는 백암산 점령이 필수였다. (화천댐을 막으면서 생겨난 인공호수인) 파로호를 사수하려면 피아 모두 높은 고지대 점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파로호와 백암산 전투에서 10만여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영혼 위로를 위한 위령제를 구상했다. 백암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파로호 끝자락인 평화의 댐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치기로 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백암산까지 비행기를 이용해 피아노를 운반하는 절차가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결국 정전 60주년을 맞은 금년, (당초 계획과는 다르지만) 세계평화 위령제를 7월 13일에 개최키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 도선사, 봉은사, 신흥사, 월정사, 홍법사 주지스님과 신도 5000여 명도 참여의 뜻을 같이했다.

도선사 주지 혜자스님 또한 108산사에 차례로 기증하기로 했던 평화의 불씨를 '세계평화위령제'에 먼저 기증하기로 했다. 아국과 적군을 모두 아우르는 숭고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화천에는 물종과 불종도 만들어진다

정갑철 화천군수에게 평화의 불 활용 계획에 대해 물었다.

- 평화의 불이 화천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화천군은 평화의 댐 일원을 세계평화의 상징지 내지는 발상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분쟁 30개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37.5톤(1만관) 규모의 평화의 종을 만든 것도, 11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보내온 핸드 프린팅을 통한 평화의 악수도, (평화의 댐 아래에) 전쟁에 쓰여졌던 50여점의 탱크와 비행기를 들여와 평화를 상징하는 예술품으로 조성하는 평화 아트파크도, 평화의 댐에서 오작교를 지나 북한까지 이어질 평화의 숲도 그렇다. 그런데 오늘 평화의 불까지 받으니 '세계 평화는 화천에서 시작된다'는 WMU월드미스 유니버시티 화천포럼의 슬로건이 실감난 오늘이다.

- 오늘 소중한 평화의 불을 받았다.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이곳엔 평화를 위한 다양한 종이 있다. 돌(石)종, 나무(木) 종, 물(水)종은 있는데 불(火)종이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종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 나무종, 돌종, 물종? 설명 좀 부탁한다.
"평화의 댐 아래에 보면 커다란 종이 하나 걸려 있는데, 그것은 나무로 만든 종이다. 당연히 소리가 나지 않는다. 침묵의 종이다. 의미는 분단에 놓인 우리의 현실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거다. 평화통일이 이루어지는 날, 이 나무 종은 내려지고 평화의 종만이 인류를 향해 울리게 된다. 돌 종 역시 평화의 댐 아래에 있는데, 어느 종교 단체에서 기증한 종이다. 물종은 그 종들이 파로호에 비춰진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 그럼 불종을 어떻게 만들 계획인가.
"오늘 혜자스님으로부터 소중한 평화의 불을 받았다. 3000년간 꺼지지 않은 불이다. 이 불을 평화의 종 인근에 불을 품은 종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이곳에 쇠종, 물종, 나무종, 돌종, 불종이 조성되고 '전쟁으로부터의 평화', '종교로부터의 평화', '인종으로부터의 평화'를 염원하는 울림이 전 인류를 향해 퍼지게 될 것이다."

- 행사장에 위령탑 건립 모금함도 설치했다. 모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세계평화 기원 위령탑은 내년부터 본격화 될 것이다. 지난 2011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에 참여했던 전 세계 젊은이들이 2만5178달러를 기증한 바 있다. 이것이 씨드머니가 되어 전국민의 동참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와 같은 기성세대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세계의 대학생들과 국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면 그 의미가 더 큰 것 아니겠나. 이번 행사에서의 모금액수는 200여만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