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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8평화순례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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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를 다녀와서(이순선_구리남양주3법등)
108산사 조회수:697
2015-09-22 11:09:29
“엄마, 이번 달에는 어디로 순례가세요?”

“이번에는 멀리 가, 포항 오어사로.”

“어 거기는 내가 며칠 전에 웹툰 ‘고고고’라는 만화에서 스님 두 분이 물고기를 먹고 변을 봐서 누구의 물고기가 살아 나오는지 내기를 했는데, 한 마리만 살아 나와서 서로 ‘내 물고기’라고 해서 원래 이름인 항사사에서 오어사로 이름이 바뀌었데.”

스마트폰을 켜고 웹툰에 들어가 보니, 정말로 오어사를 만화 속 비밀의 사찰로 설정해서 이름에 얽힌 얘기를 중간 중간에 조금씩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오어사로 가는 버스 안 TV화면에는 선묵혜자 큰스님의 법문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연못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구름다리 너머로 오어사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이 보이고, 원효 스님과 혜공 스님이 살아나온 물고기를 자기 것이라고 다투셨다는 설화를 설명하고 계셨습니다.

오어사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태풍이 오고 있는 것처럼 유리창을 때리며,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기도하는 동안 이렇게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어 대웅전과 전각들의 지붕사이로, 나뭇잎사이로 7월의 뜨거운 햇빛은 겹겹이 쌓여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백중을 앞두고 선묵혜자 큰스님의 안심법문을 들으면서 한 마디 한 말씀이 모두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평생을 가족들의 삼시세끼를 공양 올리듯이 하신거나 다름이 없었는데,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나는 친구와 지인들의 한 끼 식사 대접에 고마워하고 답례를 하면서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데, 엄마는 평생 가족들에게 몇 번이나 그 맑을 들으셨을까요…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보니 아이들과 부딪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용돈과 선물을 받을 때면, 부모님께 무관심하고 일 년에 몇 번 드리지도 못하는 용돈과 선물도 생색을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과 언제 외식을 했었는지도 기억이 가물 가물 할 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부모님께 잘하지도 못했으면서 ‘우리 가족들한테 바라는 것이 이렇게 많았나’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한 달에 한 번 순례가는 날은 기도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안심법문을 들으며 내 잘못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참회를 하고 속세의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 자신을 힐링할 수 있는 108산사순례기도회. 이제 10월이면 1차 회향을 한다고 하니, ‘언제 108염주를 다 만드나’ 생각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라는 말이 어느 순간에 ‘벌써’라는 말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9년 세월은 ‘50’이라는 숫자를 ‘60’으로 넘어가게 했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돋보기를 써야하고, ‘세월이 빨리간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순례길에 입었던 분홍빛 조끼는 사계절 순례하는 동안 눈과 비, 바람을 맞고 뜨거운 햇빛에 색이 바래면서 이제는 내 머리 위처럼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108개의 염주가 다 채워지면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꽉 찬 것 같은 이 성취감을 어디에 비교해야 어울릴까요? 염주 줄이 채워지는 동안 아이들이 결혼을 했고, 손주가 태어났죠. 새로운 인연의 가족들이 생기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일들을 열심히 하며 무사무탈 한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 끝이라함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전국 방방곡곡 사찰을 찾아 기도를 하던 내 발걸음을 어느 날 갑자기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인 것 같아 더더욱 멈출 수가 없는 내 발걸음을 53선지식을 찾아 53도량으로 인도해 주시는 선묵혜자 큰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오어사 하늘에 나투신 일심광명처럼 세월 따라, 길 따라 물 흐르듯이 천천히 기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