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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53기도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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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차 도비산 부석사
108산사 조회수:686
2015-09-19 11:47:04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06차 순례법회(8월6일∼8일)를 충남 서산시 도비산에 위치한 부석사(浮石寺)에서 여법하게 봉행했다.
팔월, 한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른 새벽 여섯 시, 날은 일찌감치 훤히 밝았다. 전국의 각 법등에서 순례자들을 실은 버스가 서해 바닷가에 있는 서산 부석사에 도착한 시간은 열 한 시쯤이었다.

아늑하고 고요한 녹음(綠陰)짙은 산길을 오르는 동안,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귓전을 따갑게 때리고, 한발 한발 내 디딜 때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뜨거운 햇빛과 습기 때문에 몸속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바위에 앉았더니, 신선한 바람이 가사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달에 한 번씩 떠나는 이 순례 길은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셀프 힐링(치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서산 부석사에 얽힌 의상스님과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슬금슬금 순례자들의 마음속을 젖어 들게 한다. 선묘는 출가자인 의상스님을 좋아했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결국 바다에 목숨을 던져 한 마리의 용이 되어 구법여행을 떠난 의상스님이 탄 배가 무사히 귀국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선묘는 죽어서도 의상(義湘)스님을 잊지 못했다. 돌아온 의상스님은 섬이 날아가는 모양을 한 도비산이 명산임을 알고 이곳에 법륜(法輪)을 새길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절을 지으려고 했으나, 당시 마을사람들이 반대했다. 용이 되어 의상스님을 항상 따라다니던 선묘는 허공에 커다란 바위들을 띄워 마을 사람들을 물리쳤다. 그 후부터 바다에 떠 있는 돌을 부석 혹은 ‘검은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부석사와 검은여 보고/ 바다를 오가는 어부들 풍어(豊漁)빌고/ 의상대사 선묘낭자 갸륵한 정/ 달래고자 불도량을 지었네’ <108산사순례 책자 중에서> 그렇다. 간절한 사랑이 오늘날의 서산 부석사를 있게 한 것이다. 사랑은 그래서 위대한 것이리라.

잠시 후 선묵혜자스님과 주지 주경스님이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일주문을 들어섰다. 분홍빛 단복을 입은 우리 회원들은 일제히 합장하며 뒤를 따랐다.

경내에 들어서자 서해안을 바라보고 산을 따라 길게 이어진 전각(殿閣)들이 산을 품은 듯 그지없이 평안하게 보였다. 그 중에서도 안양루의 계단식 누각이 모진 세월을 버티고 서있는 듯 예사롭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뒤로 마애불도 눈에 보인다. 산신각 뒤로는 만공스님이 오도를 하셨다는 만공굴(滿空窟)도 있다. 도비산 부석사(浮石寺)라! 그 이름만큼 풍경 또한 예사롭지 않고 아름답다.

회원들은 삼삼오오 기도처를 잡고 곧 기도에 들어갔다. 《천수경》과 사경을 하고 선묵혜자스님의 안심법문을 듣고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선묵혜자스님의 낭랑한 기도소리는 도비산을 돌아 부석사의 앞마당을 조용히 울려 퍼졌다. 몸을 타고 흐르는 스님의 기도소리에 회원들은 하염없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참회의 눈물 다름 아니다. 이 간절한 기도소리는 108산사순례 1차 회향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꼭 두 번 남았지만 지난 9년 동안 그 순례의 발길이 금수강산마다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참으로 절절하고 간절한 순례였음을, 지켜보고 함께 한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108참회기도’가 끝나고 2013년 일본에서 한국의 도굴꾼에 의해 650년 만에 우리나라에 반입된 금동관세음보살상을 당초 이 불상이 봉안됐던 서산 부석사에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산사순례 회원들의 기도시간도 여법하게 가졌다. 그리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우리는 제 1차 순례회향이 꼭 두 번 남았지만 이 순례는 영원히 계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11월부터는 『화엄경』의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서 구법여행’을 한 것처럼 우리들도 ‘53기도도량’을 찾아서 또 다시 머나먼 순례의 대장정을 떠날 것입니다. 인생은 길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머문다는 것은 곧 죽는 것과 같으며 인생이란 어차피 가고 오고, 오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님이나 여러분들이 순례를 통해 얻는 건강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서해 바닷가에 있는 간월암에도 들렀다. 낙조(落照)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길이 열리고 닫히는 아름다운 섬 안에 간월암이 한 폭 풍경화처럼 앉아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간월암으로 가는 개펄은 순례자들을 위해 길을 열어 놓고 있었다. 그랬다. 이 또한 108산사순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먼 곳에서 일심광명 무지개가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