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전국53기도도량

Home > etc > 전국53기도도량

게시글 검색
제97차 적상산 안국사
108산사 조회수:1093
2014-10-30 11:46:55
길의 끝은 언제나 아득하고 멀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 서 있는 산 하나가 아름다운 절 하나를 품고 있다면, 아니 산이 아름다운 절 한 채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지금 힘들다고 가는 길을 멈추고 돌아 갈 것인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사계(四季) 속 절경의 가을이 서서히 문(門)을 열고 있다면….

무주군 적상산 입구에 들어서자 북악(北岳)에서 절며절며 걸어온 가을이 단풍들을 빨간 물감을 풀듯 풀어놓고 있었다. 산객(山客)들은 그 붉게 물든 가을을 보기 위해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가을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보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전북 무주군 적상산 안국사에서 제98차 순례를 여법하게 봉행했다. 순례버스가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야트막한 곳에 위치한 주차장에 이르자, 마치 백두산의 천지(天池)를 보는 듯 파란 가을 하늘빛에 잠긴 적성호수가 눈에 펼쳐졌다. 가을이 북악에서 절며절며 걸어와 풀어 놓은 붉은 단풍잎은 순례회원들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때 아닌 풍경에 넋을 잃고 호수를 바라보면서 산을 올랐다. 숨이 턱에 고인 듯 땀을 흘렸지만,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산객(山客)들은 그 붉게 물든 가을을 보기 위해 산길을 오르듯이 가을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하는가 보다.

전라북도 무주군에 위치한 적상산을 오르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 5천 여 명도 그 가을 속에 잠긴 천년고찰 안국사를 순례하기 위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산 정상에 올라섰다. 일주문 안(岸) 멀리 산사가 아득하게 눈에 보였다.

푸른 하늘과 산이 맞닿은 곳에 길은 또다시 이어지고 바삐 걸어서 108계단을 오르니, 안국사 극락전이 산 아래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혼 일곱 차례 순례를 다녀오면서 절경(絶景) 속에 잠긴 수많은 산사들을 보았다. 하지만 안국사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회원들에게 던져 주었다. 절경 속 산사가 비밀스럽게 한 폭 풍경화처럼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절이 있다니!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아니고서는 어디 이 명산의 절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안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 말사이다. 붉은색 퇴적암이 산중턱을 감싸고 있다. 이 모양이 마치 ‘붉은 치마를 두른 것 같다’고 하여 산 이름을 ‘적상산(赤裳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가을에 여기에 온 사람들은 붉은 단풍이 치마를 둘러 ‘척상산(赤裳山)’인 줄 착각한다. 그 만큼 안국사의 가을은 아름답고 깊다. 우리 회원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적상이란 말이 안국사의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안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조선왕조실록』과 왕의 족보인 『선원록』을 보관한 사고(史庫)였다는 점이다. 그러니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록(史錄)』을 보관한 사찰이었으니, 깊디깊은 산 속에 절을 창건했으리라 추측된다.

순례회원들은 진신사리를 모시고 엄숙하게 극락전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치마를 두른 듯한 붉은 단풍을 두른 적상산이 회원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기도처를 잡고 『천수경』독송과 사경을 하고 안심법문을 마친 뒤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목탁소리에 맞춰 흘러나오는 은은한 독송소리에 짓눌린 듯 잠시 바람도 멈추고 새소리도 멈추고 그저 한없는 고요 속으로 빠지는 듯 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부처님 나를 지금 이 순간 극락으로 이끌어 주소서’하고 발원한다. 그 소리는 온 적상산을 퍼져나가다가 마침내 회원들의 마음을 한없이 침잠(沈潛)시킨다.

이 때, 어떤 회원들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또 어떤 회원들은 한없는 업장을 가슴속으로 녹인다. 그렇다. 순례회원들은 살아온 길보다 살아가야 할 길이 더 짧다. 이제 살아온 날들에 대한 참회의 길을 더듬으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간절하게 ‘108참회기도문’을 독송하며 108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국사 회주 원행 큰스님은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을 위해 “금당사에서 산사순례회원들을 보았는데, 또 오늘 여러분들을 이렇게 만나게 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한결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원의 마음은 변함이 없어야 하고 또한 기도하는 그 마음도 변함이 없고 한결같아야 합니다. 이제 1년이 지나면 108염주도 모두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님을 여러분들은 알아야 합니다. 선묵혜자 스님께서 여러분을 위해 또 다시 순례를 이끌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영원히 108산사순례 동문이 되어서 80∼90이 되어서도 순례를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고, 또한 극락으로 가는 길임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법문했다.

이번 산사순례에서도 어김없이 국군장병을 위한 초코파이보시와 다문화108인연맺기, 선묵108장학금, 108약사여래보시금, 선묵108효행상 시상 등도 가졌다. 돌아오는 길, 회원들은 농촌사랑직거래 장터에서 가족들을 위해 무주의 특산물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