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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차 낙영산 공림사
108산사 조회수:1024
2013-10-04 11:46:42
‘108산사순례기도회’ 제84차 (9.12-9.14) 충북 괴산군 낙영산 공림사 가는 길, 속리산의 한 자락인 낙영산에 앉은 거대한 바위들이 눈에 먼저 들어 왔다.

산사 입구에 들어서니 희고 노란 코스모스가 군데군데 피어 있고, 티 하나 없이 맑은 가을하늘 위에 잠자리 떼가 뱅뱅 맴을 돌고 있었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순례를 오기 전에 그렇게 가을은 산사에 먼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원들은 산길을 오르면서도 연신 코스모스 속에 잠겨 사진을 찍는데 바빠 발길이 더뎠다.

경내에 들어서자 공림사 주지 혜우 스님과 대중들이 분홍빛 순례자들을 마중 나왔다. “어서 오세요.” 여느 순례 때처럼, 넉넉한 스님의 미소가 영락없이 부처님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든 황금향로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경내로 들어서자 몇 그루의 늙은 느티나무가 서 있는 너른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천년은 족히 넘었다는 느티나무의 줄기는 괴목처럼 울퉁불퉁했다. 그 느티나무를 보자 공림사의 깊은 역사 또한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108산사순례는 단순히 길을 떠나고 오는 것이 아닌 오랜 역사의 길을 더듬어 가는 것이리라.

‘골짜기의 연하 개려하는데/ 깊은 밤 별빛 아래 잠깐 배회 했네/ 시냇물에 가을 달빛 밝음 생각하니/ 이 인생 어느 날 다시 찾아올까’ 조선의 선비 송시열(1607~1689)이 공림사의 인근 화양구곡에 암서재라는 작은 전각을 짓고 이곳에서 공부를 하면서 공림사의 뛰어난 절경에 반해 한 편의 시를 남겼던 것처럼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도 가슴속에 한 장 추억을 남기고 갈 것이다.

느티나무 마당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자 감인선원과 선심당이 보이고, 중앙에는 우뚝 솟은 석탑이 서있다. 그 뒤로 대웅전이 단아하게 앉아 회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러나 넉넉한 산사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산사에는 우리가 모르는 공(空)의 세계가 있다. 산사에 오면 버리고 비우고 놓는 법을 배우고 가야한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이어온 산사의 법도(法道)이다. 천년의 사찰 속에는 수많은 스님들이 수행을 하며 비우고 놓고 버리는 법을 남겨 놓았기 때문이리라.

아마 이 공림사도 그럴 것이다. 속세의 삶을 사는 우리 회원들은 순례를 통해 나를 낮추고 비우고 버리고 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난 7년 동안 우리가 배운 것들이다.

회원들은 기도처를 잡았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 독송소리가 낙영산의 풍경과 어울려 메아리치다가 이내 귓가에 닿아 풀어진다. 언제나 그렇듯이 <천수경> 독송은 거짓 없는 깊은 참회를 마음속에 가져다주는 것 같다. 이어서 나를 찾는 안심법문을 거쳐 사경을 하고 회원들은 이내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제가 이 기도를 올림은 내 일신의 안락함을 구함이 아니옵고, 더불어 사는 세상 유정무정들이 모두 안락하기를 기원하는 것이오며 불법을 속히 익혀 열반에 이르고자 합니다.’

나를 찾는 백팔기도문의 첫 구절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흥(感興)이 마음속에서 일어나 나를 간절한 기도로 이끈다. 어떤 이는 간절하게 두 손 모아 온몸으로 절을 하고, 또 어떤 이는 마음속으로 이 구절을 되새기며 절을 한다.

그렇다. 우리가 기도를 하는 이유는 내 자신의 안락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유정무정의 모든 것이 안락하기를 기원하기 위해 우리는 108산사순례를 와서 기도를 하는 것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선묵혜자 스님은 기도가 끝나고 회원들에게 지난 세월, 108산사순례에 대한 감회 깊은 법문을 했다.

“이번 84차 순례로 7년의 세월이 지났다.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생긴 보살들도 있을 것이고, 얼굴에 주름살도 참 많이 늘었다. 그러나 마음은 그지없이 행복할 것이다. 세월은 붙잡을 수 없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어 순례에 온 것을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그런데 우리의 소원은 이래도 금강산 저래도 금강산 순례이다. 우리가 평화의 불을 모시고 난 뒤 우리 108산사순례의 귀착점이 평화로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에 평화를 유지해야 만이 사회의 평화, 나라의 평화, 인류의 평화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108산사순례에 와서 기도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뒤이어 다문화가정 108인연 맺기, 선묵 108효행상 시상, 선묵108 장학금 지급, 군 장병을 위한 사랑의 초코파이 전달, 약사여래 108보시금 지급, 농촌사랑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끝으로 주지 혜우스님이 북한 동포돕기 공양미 300석 모으기에 40kg 27가마를 보시하셨다.

순례를 마친 9월 12일 첫 날에는 증평군에서 열린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와 증평미륵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임진왜란 800의승 호국영령위령대재’에 참석하기도 했다.

군악대 연주를 시작으로 ‘순국 의승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한 뒤 거행된 추모의식은 회원들의 마음을 울렸다. ‘임진왜란 800의승 호국영령 위령대재’는 임전왜란 당시 활약한 스님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바쳤으나 4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어떤 형식의 위령재나 표석하나 세워져 있지 않고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의승들의 의로운 죽음의 역사를 발굴하고 이를 치적하기 위해 개최한 했다. 위령대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멀리서 짙은 저녁노을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