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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53기도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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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차 광덕산 광덕사
108산사 조회수:811
2013-02-13 11:45:57
지장도량서 업장소멸하고 극락왕생 발원


오전 6시 30분 조계사 앞. 입동이 지나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아직 만물을 깨우는 새벽 여명보다는 깜깜한 동녘하늘의 달빛이 가득했다. 뺨을 스치는 칼바람에 양 볼이 얼얼했다. 거기에 보슬비까지 더해져 옷깃을 더욱 여미게 했다. 하지만 궂은 날씨도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의 순례 열의는 막지 못했다. 39번째 순례는 11월 14일과 15일 양일 간 철원 심원사, 고창 도솔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지장기도도량의 하나인 천안 광덕사에서 열렸다.

보화루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천연기념물 제398호)가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호두나무는 앙상하게 뼈대만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봄이면 새로운 희망이 분명 이 나무에서도 움틀 것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 선생이 “단 한 개의 가능성만 남아 있는 절망의 상황이 사실은 희망이 잉태되는 때다.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지고, 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라야 거품 없는 ‘내 모습’을 보게 되고 비로소 제대로 된 ‘내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게 곧 희망의 시작인 셈이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흙으로 돌아간 씨가 봄에 새싹이 돼 땅을 밟고 일어서는 것처럼, 세상은 연기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호두나무가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나’라는 실체가 없기에 자신의 본래면목을 바로 보라는 것처럼….

서울을 비롯해 전국 방방곳곳에서 온 수많은 회원들이 밀물처럼 광덕사 경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육화당과 보화루·명부전·극락전 등에는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순식간에 회원들로 빼곡했다. 범종루와 비닐하우스로 만든 창고, 나무아래 등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는 회원들로 가득찼다. 그 뿐 아니라 몇몇 회원들은 비 따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웅전 앞 3층탑 앞에 자리를 잡았다.

『천수경』 독경이 시작되자 자리 잡기 위한 분주함과 어수선함이 한순간 사라졌다. 이어 나를 찾는 백팔참회가 이어졌다. “언제나 머무는 곳에 내가 주인이며 그곳이 바로 극락임을 알겠나이다. 불성은 남이 대신 보여주지도 못하고 기도와 서원만으로 이룰 수가 없음을 알고 내가 직접 수행하여 깨치겠나이다.”

백팔기도문에는 불법을 따르고 참나를 찾으며, 중생을 살피겠다는 보살서원도가 함축돼 있었다. 비가오는 가운데 산사에 울려 퍼지는 회원들의 기도소리는 번뇌를 떨쳐내는 범종의 종소리와 같이 웅장하고 장엄했다. 기도 내내 합창한 두 손과 지긋이 감은 두 눈, 마음을 담아 기도문을 외는 두 입을 통해 순례회원들의 환희심이 발현됐다.

정영희(57) 회원은 “남과 내 주위 사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나를 위한 기도”이라며 “마음을 평안케 만들어 모든 생활이 잘 풀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어떤 오케스트라의 공연보다 장엄했던 기도에 이어 다문화가정 108인연 맺기와 108 효행상 시상이 이어졌다. 이날은 순례회원인 이혜숙·최미자·전옥경 보살이 핀락키나(캄보디아)·팔마로렐리에이(필리핀)·딘티틴(베트남) 씨와 각각 결연을 맺었다. 108효행상 시상에서는 결혼도 뒤로한 채 희망근로를 통해 부모님과 형을 봉양하고 있는 오창덕 씨가 효자상을, 노부모와 함께 9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있는 홍혜경 씨가 효부상을, 심장수술로 가사 등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지만 77세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는 박정례 씨가 효부상을 각각 수상했다.

점심 식사 후 광덕사 전각을 참배한 회원들이 염주알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지어섰다. 차례를 기다리며 광명진언 사경에 열심인 박상금 회원은 “기도회 중간 짬날 때 마다 업장소멸과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사경을 하고 있다. 매달 천년고찰을 순례하며 기도 올리는 일은 다니면 다닐수록 신심나게 한다.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순례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순례의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 켠에서는 군 포교를 위한 회원들의 정성 담긴 초코파이가 쌓여갔다. 늘 그렇듯이 이번 기도순례에서도 회원들의 손에는 초코파이가 들려있었고, 그것들은 인근 군부대와 경찰서 그리고 육군논산훈련소에 각각 전달됐다.

한편,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농촌사랑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순례법회에서는 천안농협을 비롯한 13개 업체가 광덕사 초입 길가에서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며 표고버섯·호두·천안사과·오미자 등 20여 농특산물을 판매했다.